후지노미야에서 후지산을 보지 못하다
발행일 2024년 12월 8일 • 3 분 소요 • 475 단어 • 다른 언어 선택: Eng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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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교토 여행에 이어 이번 후지노미야 여행도 실패였다.
이번 기차 여행 중에 일본 대표 랜드마크인 후지산을 경험해보고 싶었다.
후지산 트레킹은 7월부터 9월까지만 가능하기 때문에, 그냥 적당한 거리에서 후지산을 구경해보고 가는 식으로 후지노미야를 여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후지노미야에 있는 내내 폭우가 내려서 후지산을 보지 못했다.
더군다나 감기 기운이 심해져서 많이 돌아다니지도 못했다.
결국엔 뭐랄까, 쉬어가는 여행지가 되었다.
후지산 세계유산센터 : 후지산 간접 체험하기
교토역에서 시즈오카역으로 신칸센을 타고 이동하고, 다시 기차로 갈아타서 후지노미야역으로 이동했다.
교토부 아마노하시다테에 다녀왔을 때도 그랬지만, 이렇게 기차로 갈아타서 한 번 더 이동하는 경우 하루 일정의 반 정도를 기차 여행으로 채우게 된다.
기차 여행 시간은 고생한 다리도 좀 풀어주고 여유롭게 생각에 잠기며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지만 아무래도 역시, 여행 계획을 조금 덜어내게 되기도 한다.
그래서 후지노미야에 도착한 첫 날 계획도 심플해졌다.
바로 후지산 세계유산센터를 구경하고 오미야요코초에서 야키소바를 먹는 것, 딱 2가지였다.
후지산 세계유산센터는 후지산의 역사를 소개해주고 후지산을 걷는 듯한 체험도 할 수 있는 시설이다.
후지산이 일본인들에게 어떤 의미였는지 알 수 있었고, 후지산에 참배하러 가는 모습도 영상으로 볼 수 있었다.
후지산을 가보지도, 보지도 못한 아쉬움을 여기서 조금이나마 달랬다.
시설을 쭉 돌아보고나서 먹거리 장터인 오미야요코초로 갔지만 비도 많이 오고 여행객들도 거의 없어서인지 문을 닫은 가게가 많았다.
그래도 구석구석 살펴보니 문을 연 야키소바 가게가 있어서 저녁을 해결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날 밤은 감기 기운이 제일 심했던 날이라 숙소로 돌아와서 씻고 바로 잤다.
거의 12시간은 넘게 잔 것 같다.
어쩌면 그간의 여행이 피로가 쌓여서 휴식이 필요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타누키 호수 : 광활한 청둥오리들의 호수
사실 시즈오카현에서도 가고 싶은 곳들이 많았다.
시즈오카시와 슈젠지가 주요 목적지들이었다.
몸이 아픈 만큼 슈젠지의 온천에서 몸도 녹이고 푹 쉬다 올까 싶기도 했지만 이동 거리가 만만찮았다.
그래서 그냥 후지노미야의 주요 여행지인 타누키 호수와 시라이토 폭포를 구경하기로 했다.
첫번째 목적지는 타누키 호수였다.
우산을 쓴 채로 타누키 호수를 한 바퀴 쭉 돌아보았다.
호수 자체 뿐만이 아니라 주변의 자연경관도 아름다웠다.
숲길 사이로 트레킹 코스도 있었지만 날씨도 안 좋고, 몸도 안 좋았기 때문에 패스했다.
타누키 호수에는 청둥오리들이 많아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
비는 줄기차게 내리고, 구름이 잔뜩 끼어서 후지산을 볼 수도 없었지만 나름대로 운치 있는 경치였다.
시라이토 폭포 : 흰 비단실들이 흘러내리는 듯한 장엄한 폭포
호수 한 바퀴를 다 돌고 나서 다시 버스를 타고 시라이토 폭포로 내려왔다.
시라이토 폭포는 듣던대로 웅장하고, 속이 뻥 뚫리는 듯 시원하게 폭포가 떨어지는 곳이었다.
하지만 타누키 호수처럼 주변 자연 풍경까지 아름답지는 않고, 볼 것들이 한정적이었다.
그래도 폭포를 다 보고 다시 올라왔을 때 기념품 가게와 식당들이 즐비한 거리가 있어서, 구경도 좀 하고 맛있는 밥도 챙겨먹을 수 있었다.
그러고는 다시 후지노미야 시내로 돌아와서 설렁설렁 걸어다녔다.
비도 많이 오고 분위기도 칙칙해서 사진을 찍어두지는 않았지만 여행객도 굉장히 적고, 현지인은 거의 보이지도 않았다.
대신에 자동차만 엄청 많이 돌아다녔다.
날씨가 너무 안 좋았던 탓일까, 아니면 후지산 트레킹이 여름에만 가능한 탓일까, 소도시라고 해도 너무 적막한 느낌이었다.
저녁에는 숙소 근처의 이온몰에 갔다.
그동안 거의 볼 수 없었던 현지인들이 거기에 다 모여 있었다.
간단하게 쇼핑을 좀 하고, 저녁도 먹고, 숙소로 돌아와서 쉬었다.
후지노미야에 다시 올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후지산을 아예 보지도 못했던 만큼 오히려 언젠가 후지산 트레킹을 해보고 싶다는 오기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