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와 계획이 중요한 여행지, 도쿄
발행일 2024년 12월 12일 • 5 분 소요 • 875 단어 • 다른 언어 선택: Eng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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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도쿄 여행은 막막한 것이었다.
워낙에 넓은 도시인데다가 할 것도 많고 볼 것도 많다.
도쿄에 처음 가보는 것이기도 하고, 기차 여행 컨셉에 어떻게 맞출지도 고민이 되었다.
그래서 나는 그냥 유튜브에서 ‘도쿄 여행 초심자’ 루트를 찾아서 따라가기로 했다.
나름의 조사를 하고나서 롯폰기, 신주쿠, 우에노, 시부야, 아키하바라 등 핵심 여행지를 정해놓았다.
그리고 JR 패스를 활용해서 도쿄의 순환선 야마노테선을 이용해서 각 여행지들을 돌아다니기로 했다.
기차 여행 컨셉으로 활용해왔던 JR 패스가 신칸센에서뿐만이 아니라 시내에서도 빛을 발했다.
롯폰기 미술관 탐험
도쿄 여행 첫 날, 웬일로 맑은 날씨가 나를 반겨주었다.
뿐만 아니라 도쿄 여행 내내 날씨가 좋았어서 나름대로 도시를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첫 날은 롯폰기 일대를 돌아다녔다.
도쿄 타워는 지나가면서 구경만 했다.
전망대는 다음에 더 높은 곳을 가보려고 해서 패스했다.
그리고 모리 미술관으로 갔다.
모리 미술관은 ‘모던한’ 분위기가 있다고 들었는데 확실히 그 말대로였다.
이전에 가본 전시관들이 다 박물관이나 그림전 위주여서 그런지 꽤나 색다른 경험이었다.
대단한 영감을 받을 수는 없었지만, 작품 하나하나에 어떤 의미가 담겨있는지 생각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 모리 미술관 전시물들
모리 미술관을 다 둘러보고 나서 도쿄 미드타운 근처를 돌아다녀보기로 했다.
미드타운 뒷편의 히노키초 공원은 소박하면서도 이쁘고 볼 거리가 많았다.
해가 저물어가는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잠시 산책을 즐겼다.
그다음 ‘21세기 디자인의 미래를 제공한다’는 21 21 DESIGN SIGHT에 들렀다.
이곳도 이름의 뜻만큼이나 현대적인 느낌이 들었고, 일상생활의 소재들로 디자인된 작품들이 있었다.
📸 21 21 DESIGN SIGHT 작품들
그야말로 예술 작품들에 흠뻑 빠져있던 하루였다.
미드타운을 빠져나오고 롯폰기의 거리를 쭉쭉 걸어서 호텔로 돌아왔다.
돌아가는 길에 도쿄타워가 다시 한번 나를 반겼다.
역시 어두워졌을 때 조명이 켜진 타워가 좀 더 아름다웠다.
한낮의 신주쿠 돌아다니기
둘째날은 신주쿠와 우에노를 돌아다녔다.
아침에는 신주쿠 교엔을 산책했다.
정원이나 공원은 이제 뻔하다는 생각이 들어도 별 수 없었다.
신주쿠 교엔도 다른 일본의 정원이나 공원과는 다른 어떤 특별한 점을 가지진 못한 느낌이었다.
그래도 도쿄라는 거대도시, 그것도 대번화가 신주쿠구 안에서 이만한 크기의 공원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은 서울살이 입장에서 보기에 꽤나 신기한 것이었다.
오사카 때도 그랬지만 공원에 들르면 자연보다도 사람들을 더 구경하게 되는 느낌이다.
푸르른 녹지의 풍경도 마음을 쉬게 해주는 느낌이 들어 좋지만, 도시락을 먹는 학생들, 소풍하는 가족들의 모습 같은 것들이 공원의 풍경에 정취를 더해준다.
신주쿠 교엔을 빠져나온 이후에는 밥을 먹고 가부키초 일대를 돌아다녀보았다.
한낮의 가부키초는 꽤나 썰렁한 느낌이었다.
밤의 분위기를 느껴보지 못해서 아쉬웠다.
이번 일본 여행을 하는 동안, 밤에는 주로 호텔 예약이나 다음날 일정 계획을 세우느라 여유가 없었기 때문에 그 흔한 이자카야도 제대로 들러보지 못했다.
다음에 일본에 다시 가게 되면 꼭 밤문화를 즐겨봐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순간이었다.
그 이후에는 야마노테선을 타고 우에노로 올라갔다.
우에노역은 역을 나오자마자 공원이 펼쳐져서 좋았다.
신주쿠 교엔에 이어 하루만에 2번째 공원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
공원을 여유롭게 돌아다니기보다는 미술관에 한번 가보기로 했다.
국립서양미술관에서 열리는 모네전을 보러 갔다.
미술 작품들 뿐만이 아니라 모네의 생애라던가 그림을 그리고 있는 영상 같은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뭐랄까, 전날에 신선한 충격을 주는 것들을 더 많이 봐서인지 큰 감흥은 없었다.
저녁에는 식사를 하기 위해 우에노역 근처의 아메요코 근처를 돌아다녔다.
저녁식사를 할 식당으로 ‘카모토네기’라는 식당을 골랐다.
가게 이름은 ‘오리와 파’라는 뜻인데, 라멘을 파는 곳이다.
그간 돈코츠 라멘에만 익숙해졌기 때문에 좀 더 색다른 라멘을 먹어보고 싶었다.
오리와 파도 맛있었지만 역시, 돈코츠와는 다르게 어딘가 시큼한 육수가 인상적이었다.
역시 한국인 입맛에 돈코츠 라멘은 못 따라오지만, 왠지 모르게 한번씩 생각이 날 법한 맛이랄까.
볼거리 많은 쇼핑의 도시, 시부야
셋째날은 시부야와 아키하바라를 즐겼다.
우선 시부야, 도쿄의 랜드마크급으로 유명하다는 시부야 스크램블 교차로를 구경하기 위해 잠시 시부야 스타벅스에서 아침 시간을 녹였다.
사람 구경을 실컷 하고 난 다음에 바로 근처의 시부야 스카이로 갔다.
오사카의 하루카스 300에서도 멋진 오사카의 전망을 볼 수 있었지만, 도쿄는 정말 넓디넓은 도시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여기서도 모처럼 내 사진을 남겨봤다.
확실히 대도시라 그런지 쉽게 부탁할 만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용기를 내서 외국인 커플 분들에게 부탁해보았다.
전망대에 오면 어디에 뭐가 있는지 찾아보는 것보다는 그저 경치를 하염없이 바라보게 되는 느낌이다.
전망대에서 내려와서는 시부야 스크램블 스퀘어에서 ‘몬자야끼’를 먹었다.
도쿄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이라고 들었는데, 내 입맛에는 시큼한 맛 때문에 별로였다.
내가 고른 메뉴가 별로였던 것일까,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다른 메뉴로 먹어봐야겠다.
그 다음으로는 오모테산도까지 쭉 올라와서 쇼핑의 거리를 돌아다녀봤다.
하나라도 뭔가를 구매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저 거리를 돌아다니면서 사람 구경도 하고 이런저런 물건들을 구경했다.
새로 나온 아이패드 미니에는 혹했지만 당장 급하게 필요한 것도 아니었기 때문에 눈에만 담아두었다. 🥲
오모테산도에서 나오자마자 메이지 신궁을 산책했다.
메이지 신궁은 신주쿠 교엔보다도 뜬금 없는 기분이 드는 곳이었다.
명품의 거리에서 벗어나니까 절의 거리라니.
공원보다는 토리이도 많고 절 같은 시설들도 있어서 색다르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키하바라는 어떤 곳일까?
오사카의 덴덴타운 보다도 더 오타쿠의 성지로 알려진 아키하바라에는 흥미가 동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진성 덕후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어쩌다 한번씩 일본의 애니메이션 작품을 챙겨보는 편이다.
일본만의 독특한 아니메 문화에는 이전부터 관심이 있었던지라 아키하바라에서 그 본모습을 한번 보고 싶었다.
모르는 아니메 작품들도 많았지만 이렇게 한번씩, 나에게도 익숙한 캐릭터가 나오면 반가웠다.
모르는 캐릭터가 보여도 피규어의 그 예쁜 모습에 나도 모르게 사진을 남기게 되었다.
하지만 아키하바라는 오사카의 덴덴타운에 비해 구경하기 까다로웠다.
더 넓은 지역에 더 많은 매장들이 흩어져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렇게 효율적으로 돌아보지는 못했다.
도쿄에서의 마지막 밤, 마지막으로 ‘메이드 카페’에 꼭 가보고 싶었다.
한국에서도 그 독특한 문화에 대해 익히 들어왔기 때문에 호기심이 생겼고, 이번 기회에 한번쯤 경험해보고 싶었다.
메이드 카페에서 음료를 잔뜩 마시며 세계관에 대한 설명도 듣고, 메이드와 함께 찍은 사진도 남기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일본 여행을 오기 전에 ‘심야식당’이라는 드라마를 봤는데, 그 드라마에서처럼 주인과 손님이 서로 따뜻한 이야기를 나누는 문화가 퍼지고 퍼져서 이런 모습까지 생기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하지만, 메이드 카페에서 나오고 나서 몰려오는 고독함과 자괴감은 꽤나 무거운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