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의 적적한 센다이 여행
발행일 2024년 12월 14일 • 2 분 소요 • 419 단어 • 다른 언어 선택: English
줄곧 맑은 날씨였던 도쿄를 벗어나 센다이에 도착하니 아니나 다를까,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센다이에서의 첫 날은 센다이 시내를 돌아다니고 싶었지만 시간이 늦어서 핵심 관광지들을 돌아다니는 순환 버스의 운행 시간도 끝나버렸다.
그래서 호텔에서 잠시 쉰 다음에 나와서 시내 구경이나 했다.
센다이시는 놀라울 만큼 현지인들이 많았다.
체감상 90%는 일본인으로 보였고, 내가 이번에 여행한 어떤 도시보다도 현지인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나중에 일본에서 한 달 살기를 한다면, 이곳에 와서 일본인들과 섞여서 지내보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센다이에 오면 꼭 먹어봐야 하는 음식이 있는데, 바로 ‘규탄’이다.
한국어로는 ‘우설’이라고도 불리는 이 음식은 말 그대로 소의 혀를 요리한 것이다.
사실 히로시마의 이츠쿠시마 신사에서 우설 꼬치를 먹어보긴 했는데, 제대로 된 정식을 먹어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규탄은 확실히 부드럽기보다는 단단하고 탱글한 식감이었다.
소의 혀를 먹는다니, 처음엔 거부감도 들었다.
하지만 한 번 먹어보고 나서는 규탄 맛집을 계속 찾아서 돌아다니게 되었다.
다음 날에는 일본의 3대 절경 중 하나인 마츠시마 섬으로 갔다.
애초에 센다이를 여행하기로 한 가장 큰 동기는 일본 3대 절경을 모두 보고 가자는 목표였다.
다행히 전날 밤에 한바탕 비를 쏟아내고 나서 날씨가 맑아져서, 결과적으로 일본 3대 절경은 모두 맑은 날씨에 볼 수 있었다.
마츠시마 일대를 구경하기 위해 유람선을 탔다.
유람선은 마츠시마 섬의 군도 지역을 한 바퀴 돌기 때문에 섬의 전체적인 모습을 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마츠시마 섬은 일본 3대 절경 중 가장 아쉬웠다.
딱 하나의 스팟이라던가, 한 눈에 담기는 풍경이 아니라, 리아스식 해안 일대 전체를 하나의 절경으로 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다른 절경들에 비해 충분히 느끼기에는 어려웠다.
더군다나 세계 곳곳에 더 아름다운 리아스식 해안이 있기도 하고, 태국에서 봤던 장엄하고도 아름다운 치우란 호수와 비교되어서 더욱더 아쉬웠다.
나는 모든 일본 3대 절경 중에서 ‘아마노하시다테’가 가장 아름다웠다.
꽤나 까다로운 교통편에도 불구하고 한번쯤 다시 가보고 싶을 정도로.
점심으로 굴 카츠를 먹었다.
미야기 현에서 유명한 식거리 중 하나가 또 굴이다.
나는 굴을 싫어해서 꺼려하다가 굴 카츠는 괜찮겠지 싶어서 먹어봤던 것이다.
하지만 굴 카츠도 내 입맛에 맞지 않았다.
굴 자체도 다른 굴과 다른 특별한 점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점심도 먹고, 근처의 작은 절들도 구경하고 나서 사이교모도시노 마츠 공원으로 걸어 올라갔다.
이 공원은 비교적 높은 곳에 있어서 마츠시마 섬 일대를 내려다 볼 수 있다.
하지만 나무들이 우거져 있어서 전망이 좋지는 않았다.
그리고 공원을 오르내리면서 나는 고독에 잠겼다.
나무와 수풀에 가을의 색이 물들고 있어서 그랬을까, 아니면 줄곧 외로운 상태였는데 여기 와서야 그것들이 증폭되어버린 것일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다음에는 꼭 누군가와 같이 여행해야겠다는 결심이 생겼다.
센다이에서의 마지막은 ‘규탄 파스타’와 함께 마무리했다.
내가 좋아하게 된 규탄과 원래 좋아했던 파스타의 퓨전 메뉴로, 야무지게 맛있었다.
센다이는 앞서 말했듯 현지인이 대부분이라는 유니크함 때문에, 또 첫 날의 폭우 때문에 시내 여행을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다시 한 번 가보고 싶다.
그리고 이번 일본 기차 여행도 얼마 남지 않았다.
다음 여행지는 홋카이도의 하코다테와 삿포로만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