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코
2024년 12월 19일

11월 초에도 눈이 내리는 삿포로

발행일 2024년 12월 19일  •  5 분 소요  • 949 단어  • 다른 언어 선택:  English
Table of contents

너~무 추웠던 모이와야마 전망대

하코다테로부터 4시간 가량 기차를 타고 삿포로에 도착하니 날씨가 꽤나 흐려져 있었다.

TV 타워 앞

이제는 날씨 따위에는 아랑곳 하지 않으며, 곧장 삿포로에서의 첫 여행지인 모이와야마 전망대로 향했다.

모이와야마 로프웨이 안에서

모이와야마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삿포로의 전경은 광활하고도 아름다운 것이었다.
삿포로가 결코 소도시가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구름이 우중충하게 끼어 있는 날씨였지만 오히려 더 운치가 생기는 듯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몸이 바들바들 떨릴 만큼 추웠다.
홋카이도의 추위는 일본의 다른 지역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가고시마에서는 10월 중순에도 너무 더워서 가을이 맞는건지 헷갈렸지만, 홋카이도는 11월 초에도 겨울이 찾아왔는지 콧물이 질질 흐를 정도로 추웠다.
그래서 서둘러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도쿄의 전망대에서처럼 누군가에게 내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하고 싶었지만, 쉽게 말을 걸 분위기도 아니었고 너무 춥기도 해서 그냥 내려왔다.

스스키노

내려오고 나서는 곧장 스스키노로 향했다.
삿포로에 오면 꼭 먹어봐야한다는 징기스칸을 먹기 위해서였다.
징기스칸은 양고기 구이인데, 나한테는 익숙치 않은 재료였기 때문에 설령 특색이 없다 하더라도 한번 먹어보고 싶었다.

징기스칸

고기의 맛 자체는 인상에 강렬하게 남지 않았다.
다만 그 추운 도시에서 화로에 고기를 구으며 기다리고, 한 점씩 집어먹는 과정이 꽤 낭만적이었다.

삿포로 맥주

삿포로에 와서 뭔가 맛있는 것을 먹고 싶다면 이 삿포로 맥주도 빠져서는 안 될 것이다.

생각보다 굉장히 재밌었던 마루야마 동물원

둘째날 아침에는 마루야마 공원으로 향했다.

마루야마 공원의 어느 토리이

일본의 여느 공원들과 마찬가지로, 여기도 절들과 산책로들이 섞여 있는 그런 분위기였다.

갸루가 되고 싶다는 어떤 아이의 글패

공원을 얼추 돌아본 다음에 더 깊숙이 가서 마루야마 동물원으로 들어갔다.

마루야마 동물원 입구

이 날의 흐린 날씨는 일본 여행 마지막 날이라는 실감과 더불어 더더욱 우울한 기분이 들게 해주었다.
하지만 마루야마 동물원은 그런 우울함마저 잠시 잊어버리게 할 정도로 신기한 동물들이 많았다.
생각해보니 살면서 제대로 된 해외의 동물원들을 가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난생 처음보는 동물들도 많았다.
스스로 여행 경험이 생각보다 적다는 것은 알고 있었는데, 동물들을 구경한 경험이 더더욱 적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동물원을 돌아다니는 게 제법 즐거웠다.

특히 레서판다는 감히 이 동물원을 대표한다고 말하고 싶을 정도로 귀엽고 매력적이었다.


그밖에도 이 추운 곳에 수많은 동물들이 살아갈 수 있다는 게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동물들이 있었다.




너무 재밌게 돌아다니는 바람에 생각보다 오랜 시간을 이 동물원에서 보냈다.
그래도 볼 수 있는 동물들은 다 둘러보고 나서 삿포로 시내로 돌아왔다.

실컷 마시러 간 삿포로 맥주 박물관

삿포로 시내에서 점심으로 수프카레를 먹었다.

수프카레

징기스칸과 마찬가지로 추운 날씨에 호호 불어가면서 먹기에 좋은, 몸을 데펴주는 따뜻한 음식이었다.
감기에 걸렸던지라 매운 향신료 맛에 기침이 나왔지만 맛있게 먹었다.
다음에 감기가 나은 상태로 제대로 한번 더 먹어보고 싶다.

따뜻한 수프카레를 다 먹고 나서 삿포로 맥주 박물관으로 향했다.

삿포로 맥주 박물관의 역사

사실 삿포로 맥주에 어떤 기상천외한 역사라던가 깜짝 놀랄만한 비밀 같은 게 있지는 않았기 때문에, 로고의 변화라던가 맥주 공장의 모습이라던가 포스터들 같은 시각적인 것들 위주로 눈여겨 보았다.

삿포로 맥주의 로고들

박물관을 다 돌아보고 나서는 1층에서 맥주 시음을 했다.

삿포로 맥주 시음

내 입맛에는 역시 ‘블랙 라벨’이 가장 맛있었다.
어린 입맛이라 그런지 시큼한 맛이 들어오는 것보다는 부드럽고 담백한 맛이 훨씬 더 좋았다.

맥주를 다 마시고 밖으로 나오려니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의 숱한 일본 경험으로 슬링백에 항시 우산을 챙겨놓고 다녔기 때문에 바로 우산을 펴고 나갈 수 있었다.

시로이코이비토

근처의 기념품 가게에 들려서 ‘시로이코이비토’라는 초콜렛 과자를 사서 챙겨두었다.
정말로 여행의 끝자락에 다다른 만큼, 기념품을 어느 정도 챙길 필요도 있었다.
게다가 ‘시로이코이비토’는 하코다테와 삿포로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면서 심심찮게 자주 보였기 때문에 궁금해지던 차이기도 했다.
후일 집에 돌아와서 먹어본 감상으로는, 내가 먹어본 일본 과자 중에서도 가장 맛있는 초콜릿 과자였다.
특히 초콜릿 외에도 과자 부분이 부드럽고 식감이 좋아서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쓸쓸한 저녁 마무리

맥주원을 나와서 삿포로 시내 중심지를 향해 우산을 쓴 채 터벅터벅 걸어갔다.
걸어가면서도 가볍게 들러볼 만한 곳들을 찾아다녔다.

삿포로 팩토리

우산을 썼음에도 빗줄기가 거셌기 때문에 꽤나 축축해진 상태로 삿포로 팩토리에 들렀다.
조금 부끄러운 얘기지만 맥주 박물관에서 마신 3잔의 맥주가 내 방광을 자극하고 있었기 때문에 서둘러 화장실부터 들러야 했다.
여러모로 물기를 털어낸 다음에야 건물을 제대로 둘러볼 수 있었다.
맥주 공장을 개조한 건물이라 그런지 앤틱한 느낌도 났고, 크리스마스 트리 덕분에 낭만적이기도 했다.
하지만 상가들에서 파는 것들은 좀 뻔했고 딱히 살 만한 것들도 없었다.

다시 TV 타워

다시 호텔로 돌아와서 몸도 녹이고 짐도 재정비하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이후 행선지를 정리하고나서 곧장 다시 호텔을 떠났다.
오늘이 일본 여행의 마지막 밤이었기 때문에 마지막 뽕을 뽑아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 마지막 밤은 스스키노에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삿포로 라멘

우선 삿포로 미소 라멘을 맛보았다.
삿포로의 유명한 음식거리이기도 했거니와, 일본의 다양한 라멘들을 두루두루 경험해보고팠기 때문이다.
하지만 역시, 한국인의 입맛에, 혹은 내 입맛에 돈코츠 라멘만큼 딱 맞는게 없는 것 같다.

이자카야

라멘으로 간단히 요기를 한 후에 이자카야로 갔다.
이번 24일 간의 일본 여행 중에서, 밤 시간은 항상 호텔을 예약하거나 다음 일정을 세우느라 여념이 없었기 때문에 이자카야가 처음이었다.

이자카야의 어느 사진들

그렇게 처음으로 일본의 이자카야에 들러보니 몇몇 한국 여행객들은 각자의 테이블에 있었고, 일본 현지인들은 카운터석에서 즐겁게 떠들고 있었다.
카운터석이 가득 차서 나는 2인석 테이블을 혼자 차지하고서 먹고 마실 수밖에 없었다.
즐거운 이자카야의 분위기를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지만, 딱히 이야기를 나눌 상대가 없기에 처음 주문한 메뉴를 다 해치우고 이내 자리를 떠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자카야가 혼자서 여행하는 적적함을 달래줄 수 있겠다는 깨달음이 있었다.
다음에는 일본어 공부도 충분히 해서, 이자카야에서 더 놀고 마시고 싶다는 소박한 목표가 생겼다.

그리고 호텔로 돌아와서 조용히 하루를, 이번 일본 여행 전체를 마무리했다.
그런데 밤 11시 쯤 되었을 때 갑자기 눈이, 그것도 폭설이 내리기 시작했다.

11월 6일인데 눈이 내리다니, 신기하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괜시리 일본이 나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 같은 느낌도 들었다.
그런 마음에 눈이 반가워져서 한밤중에 열심히 사진과 영상들을 찍어댔다.

귀국

마지막 날 아침, 눈 덮인 길을 캐리어를 끌고 공항으로 향했다.

삿포로 역 앞 신치토세 공항

갑자기 눈이 많이 내려서 그런지 비행기 출발 시간이 지연되었기 때문에 공항 안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신치토세 공항 안 마사지샵

그동안 비싸서 엄두도 못 냈던 마사지샵도 마지막이니까 한번 이용해봤다.
마사지 자체보다도 잠시 휴식을 취하고 가는 느낌, 홀가분해지는 기분이 들어서 좋았다.
마사지사 분은 발목이 딱딱하다고 언급을 해주셨다.
하루 평균 약 25,000보를 걸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인과관계였다.

돈코츠 라멘

그리고 공항 내 식당에서 돈코츠 라멘도 먹었다.
솔직히 말해서, 일본에서 먹어본 모든 라멘 중에서도 가장 맛있었다.
역시 내 입맛은 돈코츠 라멘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지연된 보딩 시간에 맞춰서 비행기에 탑승했는데, 그 이후에도 한참 동안 출발을 하지 못했다.
아마도 이륙장의 제설 작업이 있었던 것 같다.
그래도 다행히 귀국하는 데에 그 이상의 문제는 없었고, 비행기도 무사히 이륙할 수 있었다.

홋카이도의 전경

홋카이도의 전경.
언젠가 한번 좋은 기회가 다시 찾아온다면 차를 렌트해서 홋카이도 전역을 돌아다니며 여행해보고 싶다.
그때는 친구나 연인과 함께.

한국 수도권의 휘황찬란한 빛들을 눈에 담으며, 한국에 돌아왔다는 것이 실감났다.
이제 다시 찾아온 한국에서의 삶에 어떻게 다시 적응할 수 있을까.

Contact me

email: nmin1124@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