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큼이나 넓은 히로시마
발행일 2024년 11월 29일 • 3 분 소요 • 478 단어 • 다른 언어 선택: Engl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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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시마 일정을 2박 3일로 잡았지만 첫 날 저녁이 되서 히로시마에 도착했고, 마지막 날은 아침에 곧장 히메지로 떠나야 했기 때문에 온전히 히로시마를 즐길 수 있는 시간은 하루였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해보면, 나름대로 꽉 채워서 즐긴 히로시마 여행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오코노미야끼와의 첫 만남
도착한 첫 날 체크인했을 때 이미 밖이 깜깜해졌지만, 그래도 난 오늘의 마지막 계획을 향해 움직였다.
바로 오코노미야끼였다.
히로시마의 오코노미야끼와 간사이의 오코노미야끼는 스타일이 다른데, 둘 모두 특색이 있다 하여 꼭 둘 다 먹어보겠노라고 다짐했던 것이다.
그래서 한 건물 안이 온통 오코노미야끼 전문점으로 가득 차 있다는 오코노미무라로 향했다.
오코노미야끼와 생맥주.
이것만을 위해서라도 히로시마에 여행을 올 수 있겠다 싶을 정도로 맛있었고 내 입맛에 딱 맞았다.
이츠쿠시마 신사 : 물 위의 토리이
다음날 아침에는 히로시마의 필수 관광 코스인 이츠쿠시마 섬으로 향했다.
이 날 아침의 이츠쿠시마는 구름이 껴 있었지만 대체로 맑은 느낌이었고, 밀물도 충분히 들어차 있었다.
물 위의 토리이를 감상하기에 아주 좋은 조건이었다.
똘망똘망한 눈을 가진 사슴들도 이츠쿠시마의 정경에 따뜻함을 더해주었다.
일본 3대 절경으로 꼽히는 물 위의 토리이는, 도대체 사진을 몇 장이나 찍었는지 가늠이 안 된다.
슛케이엔 : 히로시마는 정원도 넓다
점심 이후 즈음 다시 히로시마 시내로 돌아와서 쉬지도 않고 줄기차게 걸어다녔다.
다음 목적지는 슛케이엔이었다.
구름이 잔뜩 끼어서 맑은 날씨의 정경을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그 나름대로의 운치를 느낄 수 있었다.
감히 말하건대, 슛케이엔의 숨은 보물은 ‘히로시마 현립 미술관’이지 않을까 싶다.
슛케이엔 정원과 딱 붙어 있길래 별 기대도 안하고 들어갔는데, 영감을 주는 미술 작품들이 꽤 많았다.
하지만 일부 미술 작품들만 사진 촬영이 가능했기 때문에 충분히 사진으로, 또한 기억으로 남기지 못해서 아쉬웠다.
특히 코다마 키보의 전시전 그림들이 마음에 쏙 들었는데, 여기는 모든 작품에 대한 사진 촬영이 금지되었기 때문에 한 층 더 아쉬웠다.
그래서 전시전 말미에 있는 기념품 상점에서 엽서 묶음을 구매하고 말았다.
📸 히로시마 현립 미술관의 사진 촬영 가능한 몇몇 미술 작품들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 : 원자폭탄의 흔적들
히로시마에는 서양 여행객들이 많다.
이번 일본 기차 여행 중에 돌아다녀 본 그 어떤 도시보다도 서양인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곳이다.
그 이유는 필연 세계 최초로 원자폭탄 공격이 감행된 곳이기 때문일 것이다.
나 또한 히로시마에서의 마지막 코스로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을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원폭 돔이 이런 모습으로나마 남아 있을 수 있었던 이유는 원자폭탄이 바로 근처의 상공에서 터졌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 아이러니한 행운 덕에 이렇게 남아 전쟁의 참상을 알려주고 있다니, 참 오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원폭의 아이의 동상 앞에서는 추모곡을 부르는 서양인들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참으로 많은 사람에게, 많은 의미를 심어주는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은.
평화기념공원 가운데에 위치한 ‘평화의 불’은 1964년부터 영원히 꺼지지 않는다고 한다.
폭우나 폭설이 내리면 어떻게 할지, 그런 내부 사정이야 잘 모르겠지만 저것 또한 이 곳 사람들이 지키고 기억하고자 하는 이 곳 히로시마의 수많은 의미들 중 하나가 아닐까.
추도평화기념관은 원폭 피해의 실제 참상을 낱낱이 보여주는 곳이었다.
가히 이곳을 방문하지 않고서는 원자폭탄의 위험성과 잔혹함을 제대로 알고 가지 못한다고 할 수 있겠다.
사진 촬영이 금지된 곳이 아니었고, 사진을 꽤나 찍어두기도 했지만, 너무나 잔혹한 것들이 많기 때문에 차마 이곳에 올리지도 못하겠다.
기념관 밖으로 나오니 어느덧 해가 저물고 있었다.
히로시마에서의 볼거리는 이걸로 끝이었다.
히로시마에서의 마지막 먹거리는 더 생각해볼 것도 없이 또다시 오코노미야끼였다.
나는 평화기념공원 바로 근처에 있는 ‘나가타야’라는 오코노미야끼 전문점으로 갔다.